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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장수 고양이의 비밀 - 무라카미 하루키

by 유리사막 2019. 6. 18.

 

 

6월 8일부터 읽기 시작한 '장수 고양이의 비밀 - 무라카미 하루키'를 오늘 다 읽었다.

(6월 8일에 작성한 포스팅은 이 곳으로)

언젠가 읽었던 것 같은 이야기도 있었고

처음 읽는 듯한 이야기도 있었다.

정말 처음 읽는 건지, 내가 기억을 못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뭐, 어느 쪽이든 간에 그 정도는 처음부터 감안하고 구입했고, 읽기 시작한 거니깐 별 상관은 없었다.

난 하루키의 에세이를 좋아하니까.

 

사자상이 있는 백화점 이야기는 확실히 전에도 본 기억이 있다.

전체적인 글이 똑같은지는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질 않아서 뭐라고 못하겠지만

당시에도 상당히 인상깊게 읽었던 이야기라 기억에 남아 있다.

'흐음, 그렇구나. 잘못된 거 맞네. 우리나라는 어떻더라.'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학교에 대한 이야기도 꽤 인상적이었는데

읽고나니 지난날 내 학창시절때의 일이 생각나기도 했다.

리뷰에 이런 이야기가 걸맞을지는 모르겠지만, 내 블로그니깐, 일단 쓰고 본다면...

학창시절에 싫어하는 과목이 두 개 있었는데 하나는 수학이요. 다른 하나는 체육이었다.

당시엔 온갖 이유를 대면서 '싫어함'에 타당성을 부여하려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유는 하나다.

'못하니까.'

산수도 못했는데 수학이라고 잘할 리는 없었다.

내 인생에서 최저점을 기록한 과목이 수학이었고,

우연인지 필연인지 수학 선생님들은 학기초 첫시간부터 날 싫어했다.

'쟤는 수학을 못해. 못하는 정도를 넘어섰어.'하는 소문이 난 것도 아닐텐데, 

단 한 순간도 수학 선생님들께 이쁨 받은 기억이 없다.

졸업한지 한참 지난 지금은 어떠한가 하면... 당연히 지금도 수학을 싫어한다. 산수도 싫은데 수학이라고 오죽할까.

 

체육을 싫어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운동신경이라는 것을 놓고 태어난 건지 아니면 태어나고 난 뒤에 어디다가 잃어버리고 온 건지

운동신경이 발달하질 못해서 모든 체육 종목을 못했다.

그래도, 포기하는 건 싫어서 뭐든 끝까지 버텨가며 해내기는 했는데,

주어진 시간을 알뜰하게 써가면서 한 거였으니 성적이 좋았을리는 없다.

그래도 체육은 한 가지 희망은 있었다.

비오는 날.

우천시에는 교실에서 이론 수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그게 어찌나 좋던지..

(고등학교때는 강당이 있는 바람에 강당에서 실내 체육을 하기도 했다.)

 

수학은 그 한가닥 희망조차 없어서 날 슬프게 한 건 두 말할 필요도 없다.

희망이라고는 애시당초 존재하질 않았다. -_-

 

체육은 싫어했는데, 체육 선생님은 참 부러워했다.

우리 학교 체육 선생님들만 그러셨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학생들이 달리기를 하든, 축구를 하든, 배구를 하든, 발야구를 하든, 윗몸일으키기, 철봉 메달리기

뜀틀 넘기를 하든.. 뭘 하든 간에 체육 선생님은 안하셨다.

하신 건 딱 하나. '호루라기 불기'였다.

시범도 잘하는 학생이 나서서 했으니깐 시범을 보이실 일도 없었다.

그래서 참 부러웠다.

 비꼬는 게 아니라, 정말 부러웠다.

 

.

.

다시 리뷰로 돌아와서..

(리뷰라고 하기엔 모호하지만)

하루키의 에세이 중 가장 좋아하는 두 권을 꼽자면

우천염천과 잡문집이다.

그 외에도 에세이는 대부분 좋아하긴 하는데, 앞서 슬쩍 흘린 것처럼

겹쳐지는 부분이 있어서 '다 좋다'라고 하기에는 뭔가 뒤엉켜지는 느낌이다.

 

책 표지를 찍는 것은 저작권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서 최대한 저작권 문제가 생기지 않을 듯한 부분만 찍었다.

나름대로의 인증샷은 남기고 싶었으니까.

설마하니 서점 도장이 찍힌 이 것이 저작권에 걸리지는 않겠...지요? (생긋)

 

한가지 궁금한 건, 책 표지 안 쪽에 이렇게 하얗고 정사각형의 스티커가 붙어 있는데, 이게 뭔질 모르겠다.

손끝으로 문질러보니 안에 뭐가 있는 것 같기는 한데.. 도난방지인가?

책을 깨끗하게 보고, 관리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이걸 본 순간 '뭐지, 뭐냐 이건'싶었고

지금도 그 궁금증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뭘까. 뜯어보자니 책이 더러워질 것 같고... 그냥 두자니 내 궁금증이 자꾸만 보챈다.

 

 

아이러니하게도 무라카미 하루키와 마루야마 겐지를 같은 시기에 읽고 있는데

(이유는 검색해보면 나올 거라 생각한다)

내 경우에는, 하루키의 생각과 사상에 공감하는 부분도 있고

겐지의 생각과 사상에 공감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거나 편애하고 싶지는 않다.

앞으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러하다.

 

6월 8일에 읽었고 6월 18일에 완독했으니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거 어려운 건가?'

'읽는데 시간 왕창 걸리는 거 아냐?'하며 지레 겁먹지는 않길 바란다.

난 다른 책도 읽으면서 읽느라 늦어진 거고

실제로 읽어보면 하루키 에세이는 어렵지 않다.

어렵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독서에 대한 흥미를 다시 되찾게 해줄 만큼 친숙하면서도 재미있기까지 하다.

게다가 한 편 한 편 이야기가 짧막하니, 읽는데 부담도 없다.

부담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두꺼운 커버와 좋은 종이로 인해 비싸진 책값 정도랄까.